먼저 일반화학 실험 course website는 http://chemelements.ucdavis.edu 이 주소인데 지금 들어가보셔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TA로 정식 배정되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받아야 로그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모든 실험은 Science Lab Building에서 진행되는데 이 건물은 여러 개의 실험실로 이루어져 있는 넓은 빌딩으로 2004년에 문을 연 비교적 젊은 빌딩이라는 명성에 맞게 시설이 좋고 깨끗합니다. 일반 화학 실험실 환경이 이 정도로 좋은 대학은 드물지 않을까 하네요.
모든 일반화학 실험실이 모여 있는 Science Laboratory Building
내부가 굉장히 깔끔하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실험실에서 일반화학 실험 수업이 한창 진행중일 때 찍은 사진이라 복도에 사람이 없습니다.
실험실 내부의 모습. 화학과 대학원 신입생 TA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주로 금요일)에 조별로 나뉘어 짧은 discussion 연습을 하는 mock discussion이라는 것을 합니다. 사진은 제가 조장으로 담당했던 mock discussion 조의 모습입니다.
- 일반 화학은 Chem 2A, 2B, 2C의 세 가지 클래스가 있는데 수강하는 순서는 A-B-C입니다. 여러분들이 TA를 시작하실 가을 학기에는 2B가 개설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2B는 셋 중에서 가장 일이 많고 내용도 어렵기로 유명합니다만 실제로 해 보면 오히려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2B에 나오는 토픽들 - 열화학, 평형, 산염기 - 을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겨울에는 2C, 봄에는 2A가 개설되지 않습니다.
- 대부분 두 section을 맡게 되는데 (한 section당 25%이므로 총 50%) TA는 1주일에 한 section당 최소 5시간을 TA 일에 투자하게 됩니다. 실험 3시간, office hour 1시간, discussion 1시간입니다. 즉, 두 section을 맡게 되니 1주일에 10시간을 기본 투자하게 되겠죠. 여기에 grading이나 TA meeting 등의 다른 일까지 합치면 TA 하면서 쓰는 시간이 상당히 많습니다.
- 실험은 매주 3시간씩 진행되며 한 section당 24명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실험 시작 전 자신의 lab note에 pre lab assignment (실험 제목과 목적, procedure 등을 적는 것)를 완료해야 하고, 실험 시작 1시간 전까지 온라인으로 prelab quiz (객관식 3문제)를 쳐야 합니다. Prelab quiz 기회는 두 번까지 주어지며 3문제를 모두 맞춰야 패스입니다. 이 quiz를 패스하지 못한 경우는 실험을 시작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때는 TA가 새 quiz 문제를 인쇄하여 실험 시작 전 치도록 해야 합니다. Quiz 문제는 랩마다 하나씩 있는 컴퓨터에서 My document에 있는 공유 폴더 (TA materials)에 있는데 문서를 열기 위해서는 패스워드가 필요합니다. 패스 워드는 여기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이 공유 폴더에는 퀴즈 외에도 lab introduction에 필요한 ppt 파일 등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 첫날에는 green sheet라는 길쭉한 종이에 적힌 safety rule을 소리 내서 읽어야 하며 (학생에게 읽도록 해도 되고 TA가 직접 읽어도 됨) 다 읽은 후에는 이 green sheet에 학생들 모두가 사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인을 한다는 것은 실험을 하면서 safety rule을 따르겠다고 서약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green sheet sign up은 굉장히 중요한 절차이고, 학기 시작 후 약 2주 후에 TA들은 완료된 green sheet를 SLB 1층에 있는 dispensary에 제출해야 합니다.
- Safety rule은 굉장히 엄격합니다. 우선 모든 학생은 자신의 가방을 포함하여 실험에 불필요한 모든 소지품을 랩에 있는 캐비닛에 보관해야 하고 (중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학생의 경우 반드시 이 스케이트 보드를 캐비닛 안에 넣도록 할 것) 땅바닥이나 실험 테이블 위에 보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험 내내 장갑은 물론 고글을 착용하도록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 고글이 참 싫습니다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고글은 자신의 실험이 끝났다고 해서 벗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고 실험실을 떠나기 직전에만 벗을 수 있습니다(중요). 어떤 경우도 예외는 없습니다. 즉, TA는 학생들이 고글을 쓰도록 만들 책임이 있으며, 만약 lab coordinator가 돌아다니다가 고글을 쓰지 않은 학생을 발견할 경우 그 학생은 물론 TA도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고글은 눈을 완전히 덮는 것이어야 하고 안경형이나 구멍이 있는 것은 안 됩니다. 일반화학 제일 첫 클래스인 2A를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고글이 지급되니 될 수 있으면 그 고글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실험은 2명이 한 조로, 각 조마다 락커 (자신의 실험 테이블 아래에 있는 여러 서랍들 중 하나)가 하나씩 배정됩니다. Section별로 배정되는 락커는 번호 (짝홀수)와 색깔로 구별되니, TA들은 자신의 section에 배정된 락커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락커 안에는 실험에 쓰일 기본 실험 도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락커는 잠겨 있으며 TA들에게 락커 키가 지급될 것입니다. TA들은 lab introduction이 끝난 후 각 학생들의 락커를 열어서 실험을 시작하도록 하며, 락커를 열자마자 학생들은 고글을 착용해야 합니다.
실험 첫 시간에 학생들은 이 락커 안에 있는 유리 기구들 및 도구들의 숫자를 체크하게 됩니다. 만약 지정된 숫자보다 많은 경우 실험실 안에 있는 큰 빨간색 바구니 안으로 반납해야 하고, 부족한 것 역시 빨간색 바구니에서 찾아야 합니다. 만약 빨간색 바구니에서도 찾을 수 없다면 1층의 dispensary에 가서 달라고 해야 합니다. 이후에 실험 기구를 깨뜨렸다거나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덧붙여 학생이 실험 도중 실험실 바깥으로 나갈 경우 반드시 한 쪽 장갑을 벗어야 합니다. 역시 중요한 safety rule 중 하나이니 잊어버리지 않도록 합시다. - 실험 중 시약이 다 떨어진 경우 학생 한 명을 1층의 dispensary로 보내서 시약을 얻어 오도록 합시다. 절대로 TA가 직접 가서는 안 되고 TA는 실험실에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는 동안은 실험실을 떠날 수 없습니다.
- 실험 중 사고가 생겼거나 기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랩마다 설치된 전화로 dispensary에 전화를 합시다. 굉장히 급박한 사고가 아닌 이상 간단한 처치 (예를 들면 몸에 튄 시약을 물로 씻게 하는 것)만 하신 후 일단 dispensary에 전화부터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사고에 관한 report를 작성해야 할 겁니다. Report는 반드시 TA가 직접 작성해야 하고 학생이 작성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 대부분의 시약은 실험실 내, 혹은 실험실과 붙어 있는 balance room (저울이 있는 방) 에 미리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약뿐 아니라 모든 기구들을 dispensary에서 미리 다 준비해 놓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자신의 실험 section에서 특정 시약을 거의 다 쓴 경우 다음 section을 위해 그 시약을 채워놓는 것이 좋습니다.
- 학생들이 실험을 끝냈을 때는 학생들의 data table 아래쪽의 TA 사인란에 사인을 해 주고 data table의 carbon copy를 뜯어낸 후 (carbon copy를 걷는 것은 나중에 학생들이 lab report 쓸 때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고글을 벗어 락커에 넣도록 합니다. TA가 락커를 잠근 후에 학생들이 나갈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험을 먼저 끝낸 조는 먼저 나갈 수 있습니다.
- 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떤 학생이 실험 시간에 결석한 경우 그 학생은 그 다음 주까지 반드시 다른 section에서 make-up lab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험에 한 번이라도 결석하면 바로 fail이기 때문이죠. Make-up lab은 학생이 23명 이하인 section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러니 만약 어떤 학생이 자신의 section에서 make up lab이 가능하냐고 물어오거든 자신의 학생 수가 23명 이하일 때만 yes로 답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make-up 학생의 data table carbon copy는 반드시 그 학생의 원래 TA에게 전해주도록 합니다.
- 모든 학생이 실험을 끝낸 후에는 반드시 실험실 청소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실험실에 체크 리스트가 있으니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자주 빼먹기 쉬운 것이 시약 병 뚜껑을 안 닫아놓는다든지 선반에 있는 원통형 쓰레기통을 안 비운다든지 락커 한두 개를 빼먹고 잠그지 않는 것 등이 있습니다. 운 나쁘면 청소 상태 불량으로 경고를 받을 수 있으니 랩을 떠나기 전 여러 번 체크합시다.
- 주어진 실험 시간은 3시간이 조금 안 됩니다. 예를 들면 1:10 - 4:00 pm section의 경우 4시 10분부터 곧바로 다른 section의 실험이 시작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떻게든 모든 실험 및 정리를 끝내야 하고 추가 시간은 절대 주어지지 않습니다.
- 실험이 끝나고 1주일 후까지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post lab exercise를 완료해야 합니다. Postlab은 시험 형식의 온라인 보고서로, 학생들은 홈페이지에 나오는 문제들에 차례로 답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문제 1. 얻은 데이터를 입력하라. 문제 2. 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무엇무엇을 계산하라." 이런 식으로요. 채점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TA가 힘들게 다 채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prelab assignment 점수 (2점)를 더한다든지 text response 를 채점하는 것은 TA의 몫입니다. 규정상 late 1일당 5점 감점입니다.
그리고 학생이 계산을 잘못하거나 틀린 답을 입력한 경우 프로그램은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표시하면서 그 문제를 계속 다시 답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가끔 학생들이 데이터를 잘못 입력해도 그냥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이런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postlab을 reset해달라" 고 요청해 올 것입니다. 학생들은 postlab에서 뒤로 다시 갈 수가 없게 되어 있거든요. TA는 모든 학생들의 postlab을 볼 수 있으며 reset 버튼으로 postlab을 reset할 수도 있습니다. Reset이란 그 학생이 쓴 답을 모두 지워서 다시 답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Postlab 전체를 리셋할 수도 있고, 특정 번호부터 그 뒤의 것들만 리셋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학생이 15번 문제까지 답했는데 8번 문제를 리셋하게 되면 8번 뒤의 문제들 (9번~15번)까지 모두 리셋됩니다. 즉 중간의 어떤 문제만 리셋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Postlab 자체가 앞의 문제를 답해야만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 TA는 course website에 로그인하면 학생들의 prelab quiz 점수와 postlab 점수를 모두 볼 수 있고, postlab을 리셋하거나 보너스 점수를 주거나 감점을 하는 등의 일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습니다. 가점과 감점 역시 TA의 권한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point adjustment reason을 아래의 텍스트 박스에 입력해야 합니다.
- 보통 midterm이 두 번, final이 한 번 있는데, 시험을 보는 날은 자기 section 시험 감독을 직접 해야 하고, 시험이 끝나자 마자 바로 그 이름도 듣기 부담스러운 grading이 시작됩니다. 4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시험지를 열 명도 안 되는 조교들이 모여서 채점하고 section별로 sorting 하고 온라인으로 점수 입력하는 일을 해야 하니 시간이 엄청나게 걸릴 수밖에요. 그래도 midterm들은 덩치가 작아서 3시간 정도면 끝나지만 덩치가 큰 final은 어마어마합니다. 만약 수업 등으로 인해 grading을 할 수 없다면 반드시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이메일에서 받는 사람을 grad@chem.ucdavis.edu라고 입력하면 화학과 대학원생 전체에게 메일이 가게 되니 grading을 대신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이용해 보세요. 물론 자신은 그 사람의 grading을 대신 해 주거나 기타 다른 형태로 보답을 해 줘야 합니다.
- Office hour는 SLB 1064에서 이루어지며 자신이 1주일에 두 시간 고를 수 있습니다. 즉, 정해진 시간에 SLB 1064에 가서 있다가 학생들이 찾아오면 질문에 답해주면 됩니다. 한국에서 흔히 경험하는 있으나 마나 한 office hour와 달리 찾아오는 학생이 꽤 많을 것입니다. 꼭 자신의 section 뿐 아니라 그 학기에 일반화학 (2A이든 2B이든)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같이 이용하는 office hour이기 때문이죠. 물론 자신이 2A TA라면 2A 학생들의 질문에만 답해주면 됩니다. 능력이 된다면 2B나 2C 질문도 답할 수 있겠지만요.
- Discussion은 우리 같은 non-native speaker들에게 가장 골칫거리 중 하나로, 1시간 동안 강의실에서 학생들 앞에서 tutorial 비슷한 것을 해야 합니다. 주로 이 시간에 하는 것은 어려운 lab calculation에 대해 설명해 준다거나 어려운 concept들을 간단히 커버해 주거나 연습 문제를 주고 같이 풀어보는 것 등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질문도 받아야 합니다. Discussion은 오로지 TA에게만 권한이 부여된 시간으로 discussion을 어떻게 이끄는가는 TA에게 달려있습니다. 즉, 철저한 준비가 필수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hand out을 준비하거나 ppt 파일을 준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discussion은 학생들에게는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결석할 것입니다. 하지만 TA는 절대 discussion에 늦게 오거나 시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참고로 이전까지는 Chem 2C는 실험만 있고 discussion이 없어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선호하는 TA 자리였지만 2012년 가을학기를 시작으로 2C도 2A, 2B처럼 discussion을 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즉 일반화학이라면 A, B, C 어느 클래스의 TA를 하든 discussion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discussion 하면서 영어 연습도 하고 자신감도 생기게 되고. 이것도 자신의 마인드를 바꾸면 스트레스 받으며 하는 게 아니라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하다 보면 요령도 조금씩 생깁니다. 영어도 영어이지만 어떻게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해서 discussion을 더 효과적으로 이끄는가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니까요. 미국에 온 이상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 일단 정면으로 부딪혀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고학년이 되어 유기 화학인 118A의 TA를 할 경우 50분이 아닌 1시간 20분짜리 discussion을 해야 하니 이러한 짧은 discussion에 미리 익숙해집시다. - 1주일에 한 번 있는 TA meeting (주로 화요일 또는 목요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합니다. 수업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 반드시 make-up을 해야 합니다. TA meeting은 비디오로 녹화되기 때문에 dispensary에 가서 TA meeting make-up하겠다고 하면 비디오를 보게 해 줄 겁니다. 비디오를 다 본 후 sign up을 해야 make-up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TA meeting에 무단으로 불참하면 역시 경고의 사유가 되니 조심합시다.
1층에 있는 Dispensary Window
두 실험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balance room의 모습. 이 balance room은 양쪽의 실험실이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끝나고 나갈 때 이 balance room을 정리하는 것을 잊지 맙시다.
TA 오리엔테이션때 배우는 것들을 나열해보니 정말 많네요... 이렇게 적어 놓은 것을 읽어보면, 그리고 TA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해 보면 TA 일이 정말 많고 어려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저는 TA 일을 굉장히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실수도 많이 하고 어리버리할 수 있는데 그건 누구나 그렇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는가에 따라 TA 일이 재미있을 수도 있고 어떻게든 끝내 버리고 싶은 골칫거리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2013년 기준으로 5년째 TA를 하는데 TA만큼 보람 있는 일도 또 없는 것 같네요. 온갖 재미있는 추억들도 많았고 나중에 학기가 끝날 때는 친구가 된 학생들도 있습니다.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영어를 잘 해야만 좋은 TA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영어에 자신이 없으면 우선 주눅부터 드는 겁니다. 물론 영어도 중요하지만 영어는 잘 하면서 학생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TA와 영어는 약간 딸리지만 질문에 적극 잘 답해주고 학생들을 많이 도와주는 TA 중에서 어떤 TA가 더 좋은 평가를 받을지는 뻔하겠죠? 미국인 TA라고 학생들이 다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 TA라고 무조건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요. 실험 시간에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잘 해주고, 이메일로 보내오는 질문은 신속하게 답변해주고, 학생들이 어려워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discussion에서 다루고, office hour때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이렇게 하면 학생들도 TA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에 덧붙여 다른 TA와 구별되는 자신만의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다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험 기간에 추가로 office hour를 열어준다든지.
TA를 5년째 하면서 100% 확신하게 된 것중 하나가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 TA라도 학생들에게는 대스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Chemistry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다른 과에서 그런 예를 몇 번 봤습니다. 물론 TA로서 학생들을 평가할 책임은 있지만 너무 빡빡하게 구는 것도 좋지는 않고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학생들을 평가하는 사람으로서의 딱딱한 TA가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도와주는 helper로서의 TA가 더욱 학생들의 기억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외국 문화에 익숙해지고 나름대로 영어에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제가 가끔 실험실에서 학생들한테 살짝 장난을 친 적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손들고 부르는데 일부러 뒷걸음질을 친다든지 유기화학 실험 시간에 고무 튜브 등을 길게 엮어서 학생 몇 명을 fume hood 두 개 사이에 가둬 놓는다든지. ^^ (참고로 그 때 갇힌 학생들은 갇힌 상태로 사진 촬영까지 했음) 물론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이렇게 했더니 당사자(?)들은 박장대소하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지고 학생들이 저를 더욱 부담없이 대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실험 수업은 시간도 많이 뺏기고 커리큘럼에서 요구하니까 억지로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이 실험 수업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도 시도해볼만 합니다.
TA를 하실 경우 똑같이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각각의 TA 스타일이 결정될 것입니다. 어떤 스타일로 하시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TA 일을 제대로 못해서 경고를 받는다거나 기타 불상사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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