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기간 동안 실험실에서 연구 참여할 계획을 가진 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그런 계획이 없다면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할 만 합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못 해보는 토픽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혹시 저처럼 나중에 화학과 대학원을 미국으로 오실 생각이 있는 분께는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나중에 받게 될 추천서 때문인데요. 만약 이 UC Davis로 오게 된다면 같은 학교 교수의 추천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고요. 다른 학교를 지원한다 하더라도 한국인 교수들이 쓴 추천서보다 미국인 교수가 쓴 추천서가 더 중요한 검토 자료로 쓰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대학원 합격 불합격에 있어서 추천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추천서 하나로 대박을 내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교환 혹은 방문 학생이라고 해서 랩 연구 참여에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니 이에 대한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 1. 전공 분야
물리, 유기, 무기, 분석, 생화학 등 여러분 각자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화학과 홈페이지에 교수들을 연구 분야별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으니 이를 이용해 찾아보시면 편합니다. 제가 여기에 모든 교수들의 연구 분야를 다 나열하는 것은 무리이니 (그리고 저도 다른 랩의 연구 토픽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름 ^^) 직접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는 수고 정도는 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부 교수들의 경우 홈페이지 관리를 전혀 안 하거나 달랑 한 페이지에 연구 토픽만 잔뜩 적어놓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랩은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의 분야를 확실히 정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학부생이라면 굳이 자신의 분야를 너무 좁게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원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여러분은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으셔도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쩌면 그게 더 폭넓은 공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박사 과정을 끝내고 나서 자신의 분야를 바꾸는 사람도 많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어떤 화학에 가장 소질이 있고 흥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고 해서 처음부터 주눅들 필요가 없습니다.
- 2. 교수 컨택하기
당연한 말이지만 교수 컨택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UC Davis 화학과에 학부생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웬만한 인기 있는 랩들은 이미 학부생들이 꽉 차서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있는 랩에도 한 때 학부생이 5명 넘게 들어왔던 적이 있었죠.
교수 컨택이라는 것이 말이 쉽지 사실 제대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어로 이메일을 써 본 경험이 많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힘들죠. 우선 교수에게 메일을 쓸 때는 자신의 학교 계정 메일이나 UC Davis 메일을 이용해야 스팸으로 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교수의 연구 토픽에 정말로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것입니다. 그 실험실에서 나온 논문 같은 것을 예로 들면서 자신은 이런 토픽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식으로 자신의 흥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써야만 효과적으로 컨택이 가능합니다. 그냥 "난 당신의 랩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는 메일들은 교수들이 평소에도 지겹게 받는 메일들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 어렵습니다. 단, 대학원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위한 컨택이 아니니 너무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교수에게 메일을 쓸 때만큼은 아니지만 영어로 교수에게 메일을 쓸 때도 엄연히 예의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즉, 써 주면 좋은 표현이 있고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 있죠. 예를 들면 can 대신 could가 더 정중한 어감을 준다든지, please라는 말은 실제로는 말을 정중하게 만드는데 전혀 제 역할을 못 한다든지 (저도 여기 와서 처음 알았지만 please를 쓴다고 해서 무조건 정중한 표현이 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please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써 놓으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탁이 아니라 강한 요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는 군요). 이걸 여기서 다 설명 드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영어로 메일을 처음 써 본다면 반드시 주변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나 지도 교수님, 혹은 영어 강사에게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해 드립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컨택은 빨리 시작하면 좋지만, 여러분은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컨택을 무조건 미국에 오기 전부터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첫 가을 쿼터를 다니면서 랩을 직접 방문해보고 교수도 직접 만나보면서 랩을 정하여, 겨울 혹은 봄부터 연구 참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3. Form 제출
이러한 연구 참여를 하면서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 class에 등록해야 합니다. 이 class들은 자기 마음대로 등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Special Study Course Request라는 form을 작성하여 과사무실에 제출하고 CRN 번호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방문 학생 여러분들은 다시 GSP office를 거쳐야겠죠). 이 form들은 과사무실 앞에 쌓여 있습니다. Form은 학생 자신이 작성하는 페이지와 담당 교수가 작성하는 페이지 이렇게 두 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랩 지도 교수의 승인이 없이는 절대 등록할 수 없는 것이죠.
- 4. 랩 생활
한국이나 미국이나 랩 생활에 있어서 아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랩에 들어가실 경우 대학원생과 실험을 대부분 같이 하게 되고,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조교수 밑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떠맡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단, 한국과의 큰 차이가 있다면 이 곳에서는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머물지 않는다는 것. 한 마디로 낮에 일 할 때는 열심히 하고 밤에는 확실히 쉰다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랩에서 학번이나 나이, 학년 따지면서 서열화하는 것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게 심한 랩을 몇 번 봤거든요. -_-; 한 마디로 랩에서 일들은 열심히 하지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적응하기 쉬운 편입니다.
그리고 역시 랩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여기서 그룹 미팅 참석해 보시면 한국의 일반적인 그룹 미팅과는 많이 다릅니다. 교수에게 그냥 보고하는 시간이 아닌 진정한 discussion 시간이죠. 다른 분들은 몰라도 최소한 저의 경우 한국에서 겪었던 그룹 미팅과 여기서 하고 있는 그룹 미팅은 본질적으로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런 게 진짜 그룹 미팅이구나 하면서 감명을 받은 적도 있었음). 미국에서의 랩 생활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미국의 랩 분위기도 경험하고 영어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한 번쯤 꼭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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